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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욕이 좌절된 초파리, 알코올에 빠지다: 뇌 속 ‘보상 스위치’의 비밀

프로톤씨의 지구건강 탐험기 2025. 7. 1. 23:13

 

세상사 뜻대로 안 될 때 술로 마음을 달래는 건 인간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작은 초파리들도 사랑에 실패하면 술에 의지한다는 사실이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졌습니다. 이 흥미로운 발견은 인간의 중독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도 단서를 줄 수 있어 주목받고 있습니다.


🍷 거절당한 초파리, 술잔을 찾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대학교(UCSF) 연구팀은 수컷 초파리가 짝짓기에 성공하지 못하면 평소보다 훨씬 많은 알코올을 소비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실험은 수컷 초파리를 두 그룹으로 나눠 진행했습니다. 하나는 짝짓기에 적극적인 처녀 암컷과 함께 두고, 다른 하나는 이미 다른 수컷과 교미한 뒤 성적 관심이 사라진 암컷과 함께 두었습니다.

교미에 성공한 수컷 초파리들은 뇌 속에 ‘뉴로펩타이드 F’라는 분자가 풍부하게 유지됐고, 이후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암컷에게 거절당한 초파리들은 뉴로펩타이드 F 수치가 현저히 낮아졌고, 혼자 있는 공간에서 술이 든 빨대를 만나자 과음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나는 이제 술밖에 없어…” 하고 외치듯이요.


🧠 뇌 속 보상회로의 스위치: 뉴로펩타이드 F

연구를 이끈 울리케 헤버라인(Ulrike Heberlein) 박사는 뉴로펩타이드 F가 뇌에서 ‘보상의 정도’를 나타내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성적인 보상을 경험하면 이 분자가 올라가고, 그렇지 못하면 낮아지면서 보상감을 다른 곳에서 찾으려는 행동(예: 과도한 음주)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연구진은 뉴로펩타이드 F의 수치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초파리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수컷 초파리의 뉴로펩타이드 F 수치를 억제하자 성적으로 만족한 초파리도 거절당한 것처럼 행동하며 술을 찾았습니다. 반대로 수치를 높이면 성적 거절을 당한 초파리도 마치 짝짓기에 성공한 듯 술을 멀리했습니다.


👨‍🔬 인간의 중독 치료로 이어질까?

놀랍게도 인간에게도 뉴로펩타이드 F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분자가 있습니다. 바로 뉴로펩타이드 Y로, 사회적 보상이나 스트레스 상태와 음주·약물 중독 행동을 연결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미 뉴로펩타이드 Y는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환자에서 낮은 수치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두 질환 모두 알코올이나 약물 남용 위험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연구진은 이 분자를 조절해 인간의 중독 행동을 완화할 수 있을지 임상시험도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뉴로펩타이드 Y는 인간의 뇌 곳곳에 분포해 있고, 식욕·불안·수면 등 다양한 기능에도 관여하기 때문에 치료제로 활용하려면 훨씬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 과학의 작은 발견, 큰 가능성

이번 연구는 과학자들의 “혹시?”라는 호기심에서 시작됐습니다. 연구 초기 “짝짓기 실패가 음주 행동에 영향을 줄까?”라는 생각은 다소 황당해 보였지만, 결과는 사회적 경험이 보상 체계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중독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드러냈습니다.

이 작은 초파리 연구는 사람의 마음과 뇌, 중독 치료 연구에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 출처
Shohat-Ophir et al. “Sexual Deprivation Increases Ethanol Intake in Drosophila”, Science, 16 March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