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자기꼬리에서 전자를 가속시키는 미스터리,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풀다
지구 주변에서 태양풍에 의해 꼬리처럼 길게 늘어난 **지구 자기꼬리(Earth’s magnetotail)**는 우주 물리학자들에게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수수께끼였습니다. 지구 자기장 속에서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전자들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기존 이론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MIT의 천체물리학자 얀 에게달(Jan Egedal) 교수와 그의 연구팀은 세계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이 현상의 비밀을 밝혀냈습니다. 이번 연구는 2022년 2월 26일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에 발표되었습니다.
자기꼬리 속 전자 가속의 비밀
지구의 자기장은 태양풍에 의해 뒤로 길게 늘어나 꼬리 모양을 형성합니다. 이 공간에서는 태양풍이 자기장을 잡아당겨 에너지를 저장하고, 자기장이 갑자기 다시 연결되는 자기 재결합(magnetic reconnection)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때 마치 고무줄을 잡아당겼다가 놓은 것처럼, 저장된 에너지가 한꺼번에 방출되어 전자들이 엄청난 속도로 지구 쪽으로 쏘아집니다. 이 고속 전자들은 대기에 충돌해 오로라를 발생시키기도 합니다.
시뮬레이션이 바꾼 상식
이전까지 학계에서는 자기 재결합이 일어나는 영역이 매우 작다고 생각했지만, MIT 연구팀의 시뮬레이션 결과, 이 활성 영역의 부피는 기존 예상보다 1,000배나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거대한 영역에서 충분한 수의 전자들이 가속될 수 있어, 관측 위성들이 기록한 많은 수의 고에너지 전자를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이 시뮬레이션은 실제 위성 관측자료와 완벽히 일치해 기존 이론의 한계를 뛰어넘었습니다.
엄청난 규모의 슈퍼컴퓨터 실험
이 연구를 위해 사용된 슈퍼컴퓨터 **크라켄(Kraken)**은 테네시주의 오크리지 국립연구소(Oak Ridge National Laboratory)에 위치한 세계 최첨단 슈퍼컴퓨터 중 하나로, 112,000개의 프로세서를 탑재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중 25,000개 프로세서를 11일 동안 가동하여, 자기 재결합 중 전자의 움직임을 시뮬레이션했습니다. 총 1800억 개의 입자를 컴퓨터 속에서 추적했으며, 그 계산량은 작은 도시가 쓰는 전력만큼의 에너지를 소모했습니다.
우주 전반에 적용될 가능성
에게달 교수는 “이번 결과는 지구 자기꼬리뿐만 아니라, 태양 코로나 질량 방출(Coronal Mass Ejection)처럼 훨씬 큰 영역에서 일어나는 자기 재결합 현상까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향후 이 시뮬레이션을 수백 배 확장해 태양 코로나 질량 방출이나 심지어 펄서 주변과 같은 초고에너지 천체 환경까지 연구할 계획입니다.
연구의 의의
이번 연구는 전자 가속의 메커니즘을 이해함으로써 위성이나 우주선의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고에너지 전자 흐름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습니다. 실제로 이런 고에너지 전자들은 위성을 파괴할 수 있어 NASA와 군 당국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 출처
Egedal, J., Daughton, W., Le, A. (2022). Large-scale electron acceleration by parallel electric fields during magnetic reconnection. Nature Phys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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